2000 전자신문 웹사이트 UI/콘텐츠 기획

2000년도 코스닥(최저 52p)은 1997년도 외환 위기 때(60p)보다도 낮았다. 닷컴버블은 여기저기서 허망하게 사라져 버렸지만 스타트업의 도전은 계속 되었다. 1999년도 전자신문이 계열사 이타임즈인터넷을 설립하고 온라인 뉴스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잘못은 아니었다. 다만, 하루가 멀다하고 문을 닫고 스러져간 여타 닷컴들의 뒤를 그대로 좆아 내달렸던 경영진의 태도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18년이 흘러버린 지금 생각해도.

암튼, "우리는 플랫폼이야. 플랫폼만 만들어 놓으면 콘텐츠는 여기저기서 실어달라고 줄을 설거야."라는 기대는 어긋나 버렸다. 출판사, 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소유자들에게 전자신문은 절대 지존의 매체가 아니었다. 'Give & Take'의 명확하지 않으면, 그들로서도 참여할 이유가 없었다. 기획팀에서 전자신문 온라인 뉴스 서비스를 기획, 론칭시킨 후에 콘텐츠 기획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매출압박에 '뭐라도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콘텐츠를 '파는' 기획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도표서비스>와 <CEO Weekly> 였다.

2000년도 2월부터 2002년 7월까지 약 30개월 정도 <이타임즈인터넷>(현 전자신문인터넷, http://www.etnews.com)에서 일했다. 2000년도는 국내 벤처열풍의 '끝물'로 곧 들이닥칠 '닷컴붕괴'를 눈치채진 못한 투자금이 새로운 벤처기업으로 유입되던 때였다. 아울러, 국내 언론사들은 인터넷 뉴스 사이트를 새롭게 구축하거나 정비하고, 정체 불명의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에 대비하던 때였다.

당시, 중앙일보의 <조인스닷컴>이 치고 나갔고, 한겨레신문은 네이버 지식인과 유사한 디비딕(DBDic)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모토로, 오연호 대표가, 주류 언론의 패러다임을 뒤흔들며, <오마이뉴스>를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었다.

내가 사원으로 취업했던 <이타임즈인터넷>도 닷컴붕괴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었다(2001년, 2002년 사이 S&P 500는 22%, Dow Jones Industrial Average는 13% 떨어진 반면, Nasdaq composite은 53%가 떨어졌다). 이직 과정에서, '증권사에 심사를 요청했는데 상장만 하면 주식 가치가 1,000배 오를 것'이라는,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들렸다. 30억 원을(기억이기 때문에 불확실할 수 있다.) 투자 받았기 때문에 돈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도 했지만, 2년 만에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빠졌다. 모두 밝힐 수는 없지만, 흥청망청 돈이 낭비되는 장면들이 목격되었고, 리더십도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2002년도에는 사원들이 아직 상장도 안 한 주식을, 돈을 내고, (스톡옵션인지 우리사주인지 모른 채) 살 수 있었는데(아마 경영악화 때문에 현금이 필요했던 듯), 직원들이 이것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눈치를 보면서, 일부 직원들만 구입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나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마케팅 담당 부서와 콘텐트 담당 부서 간의 알력이었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각설하고) 당시, 마케팅부서장은, 홈페이지 구축과 콘텐트 담당 부서에 '콘텐트를 유료화해서 수익 모델을 만들 것'에 대해서 간혹 주장했는데, 콘텐트 담당 부서에서는 이것을 일종의 '간섭과 압력'을로 받아들이지 않았나 싶다. 이로 인해 모회사에서 아마도 '주류'이었을 취재기자 출신이었던 당시 팀장과 마케팅 팀장 간의 불편한 관계, 역시 취채기자 출신이었지만, 두 조직 사이에서 묘한 줄타기를 했던 간부, 이러한 상황을 방치한 대표의 태도 등이 겹치면서,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었고, 결국 콘텐트기획팀장의 교체로까지 이어졌다.

 

첫 번째 유료 콘텐트, <ETI 도표서비스> 기획으로 매출 기록

 

당시, 콘텐트기획팀의 일원이었던 나의 유일한 관심사는, 어떻게 콘텐트를 유료화해서, 사내의 부조화와 불편하고 부당하며, 유치한(팀장들이 휴가와 술자리 등으로 자기 팀만 챙기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당시, 주 2회, 야간에,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디지털미디어를 공부했는데, 강의실에서도 콘텐트 유료화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신문 기사를 유료로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는, 모회사 전자신문에서 반대했기 때문에,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그 고민의 첫 번째 결과가 <ETI 도표서비스>(현재 <ET 통계>)였다. 업무적으로 또는 학술적으로, 신문 기사에 포함된 각종 통계 그래프와 도표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인터넷 뉴스에서는 이것들을 일반 이미지 사이즈로 자동 리사이징해서 제공하다 보니, 복잡하고 구체적인 내용까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우리는 당연히 그 원본 파일을 가지고 있었고, '원본 보기' 기능을 제공할 수도 있었다. 바로, 이 '원본 다운로드'를 유료로 제공하자는 생각이었다. 1건당 500원, 월 5,000원 정액제로 기획했던 것 같다. 이 서비스로 매월 500만원 정도의 매출(첫 번째 콘텐트 매출)이 발생했다. 그것은 엄청나게 큰 희열이었다.

나중에, 어떤 세미나에서 만난 강사가, <ETI 도표서비스>를 언급하면서, 메이저 언론사의 횡포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공적인 자료로 '푼돈 장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는 아니었다. 닷컴 언론사는 그만큼 절박했으니까.

하고 싶지 않았던 <CEO Weekly>


콘텐트로 매출이 발생시킨 것에 고무된 팀장님이 주제만 들고 온 것이 <CEO Weekly>였다. 당시, 나는 <오픈 리포트> 같은 사업에 관심이 있었다. 국내 공공/민간 기관 및 개인들의 <IT/경영 리포트>를 전자신문 사이트에 모두 모아 유료로 제공하고, 그 수익을 나누자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런데, 몇몇 기관에 문의한 결과 공공 기관에서는 공적 자산이라 유료로 제공한다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 개인 저작물을 유료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많은 이슈가 떠올랐는데 그것을 해결하지 못한 채 고민만 하고 있던 때였다. 그런데, <CEO Weekly>는 한 주간의 뉴스를 요약해서 각 기업 CEO들에게 이메일로 발송한다는 개념이었다. 가격은 무려 월 50만 원대. 나는 첫째, '뉴스'를 최대 1주일 뒤에 읽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둘째, (팀장님이 그 담당자로 나를 세웠는데) 매주 금요일에 시간에 쫓겨 1주일간의 신문을 요약하는 것으로, 양질의 콘텐트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부정적이었지만, 당시 어린 '짬밥'으로 시도해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콘텐트 품질은 최악이었다. 1주일간의 전자신문 뉴스 중에서 10~20개를 고르고, 신문 기사 맨 앞의 한두 단락을 베끼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정말 화가 난 것은 그 서비스를 멈출 수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CEO가 언론 관계를 중시한) 일부 기업의 마케팅팀이나 비서실이 있었고, 이들의 구독으로, <ETI 도표서비스>에 필적하거나 상회하는 매출이 발생했던 것이다.

아무튼 15년 가까이 흘렀다. 지금 보니, <ET 통계>는 무료로 제공중인 것 같고(일부 유료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결재 없이 다운로드가 된다.), <etview Plus Weekly IT 트렌드>라고 이름을 바꾼 리포트 서비스도, 전담팀(전자신문 미래기술 연구센터)이 다소 합리적인 가격(월 11,000원)에 제공하고 있는 것 같다. 우여곡절은 있었겠지만, 초기 콘텐트를 기획한 사람으로서 15년 동안 동 서비스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 전자신문인터넷, 지금은 괜찮겠지ㅎㅎ?

 

참고
ET통계
etview Plus Weekly IT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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