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쯤 지나서 생각해 보니, 하지 않았으면 얻지 못했을, 엄청난 무언가를 배우거나 얻은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무턱대고 하고야 말(해내고가 아니라), 하지 않으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이유보다 마음이 앞서서 저지르고 마는, 그런 종류의 여행도 있는 것이니까. 아깝지는 않다. 아직도 문득문득 폭염 속 이탈리아 산지미냐노로 가던 메마른 길, 모든 것을 쥐어짜내던 그 날이 생각난다. 그러면 됐지 뭐.
제목 - 김남용의 유럽 자전거 여행
기간 - 2003년 7월 17일 ~ 2003년 8월 28일
회수 - 4회
매체 - 2003년 자전거 유럽 여행기를 <주간동아>에 4회 연재
2003년 자전거 유럽 여행을 앞두고 이런 저런 책을 구해 읽고 있었다. 주간동아 전원경 기자가 남편과 함께 쓴, <영국 :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라는 책은, 그 중에서, 영국, 나아가 다른 나라를 '깊게' 관찰하고 고 기록으로 남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단순한 여행작가가 아니라, '체류 작가'라는 '망상에 가까운 꿈'을 갖게 되었는데, 그 꿈은, 아마도 이루기는 힘들겠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꿈'이다.
김남용의 유럽 자전거 여행 ① | 독일 로텐부르크 - 두 바퀴에 몸 싣고 ‘중세’를 가다 (2003.07.17)
김남용의 유럽 자전거 여행 ② | 이탈리아 토스카나 - 지긋지긋함과 매력에 ‘두 번 미칠 뻔’ (2003.07.31)
김남용의 유럽 자전거 여행 ③ | 프로방스 - 자연과 예술, 아름다움이 주는 포만감 (2003.08.14)
김남용의 유럽 자전거 여행 ④ | 레이크 디스트릭트 - 뉴캐슬을 지나 에든버러로(2003-08-28)
당시 부족한 경비로 여행을 계획중이던 나는 닥치는대로, 이곳 저곳에 손을 빌렸다. 여행 계획서를 보내고, 아시아나항공에 '항공권 협찬'을 문의했고, '삼천리 자전거'에 여행경비 협찬을 요청했다. 위 책을 읽은 후에는 <주간동아> 당시 전원경 기자님께 여행 중 기고가 가능한지 물었고 승낙을 받았다. 비록, '여행 경비에 여유가 있다면, 앞으로는 여행 중에 어딘가에 기고를 한다는 무모한 도전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그래도, 당시 <주간동아> 연재는 여행을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유의미하게 마무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여행기를 기고하던 두 달 동안에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유럽내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던 당시에, 도시에만 도착하면, 인터넷 카페를 찾아 헤매느라 시간과 비용을 적잖이 썼는데, 그게 제법 우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기고를 마치고 난 이후 한 달은 목표와 목적을 잃고 또 다른 감정 상태로 부유했다. 기록도 꼼꼼히 하지 않았고, 사람들과의 만남도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말도 줄었고, 어떤 슈퍼마켓에서는 나도 모르게 우리말로 계산을 하고 나온 적도 있었다.
누구나, 언제나, 내 옆의 행운은 보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주간동아>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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